게임의 이름은 유괴

책보러가기

소설가의 꿈,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거장을 만나다

소설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롤모델’을 가슴에 품고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그 이름은 단연코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잘 짜인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단 한 순간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놀라운 흡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문법을 자유자재로 비트는 과감함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범인은 누구일까(Whodunit)’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와 두뇌 싸움을 벌인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종종 ‘범인은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알려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과연 그의 범행은 완벽하게 성공할 것인가(Howcatchem)’, 혹은 ‘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짜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더 깊은 차원의 질문으로 우리를 끌어들입니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바로 이 히가시노 게이고식 스토리텔링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설계된 한 편의 지적 유희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단순한 독자를 넘어, 한 명의 작가 지망생으로서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

책보러가기

복수라는 이름의 게임, 그 완벽한 시작

이야기의 포문은 한 명의 유능하고 오만한 광고 기획자에 의해 열립니다. 주인공인 그는 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성공 가도만을 달려온,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력에 화룡점정을 찍을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 단계만을 남겨둔 바로 그 순간, 대기업의 부사장에 의해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무산되고 맙니다. 자신의 완벽한 기획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는, 모욕감과 분노에 휩싸여 복수를 다짐하며 부사장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그는 삼엄한 감시 카메라를 피해 멀리서 저택을 지켜보던 중, 기이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한 젊은 여자가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높은 담장을 넘어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행동에 강한 의문을 품은 주인공은 여자를 미행하기 시작하고, 곧 그녀가 부사장의 숨겨진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아닌, 과거 내연녀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집안의 골칫덩이 취급을 받는 존재였습니다.

가출을 감행한 딸의 사정을 듣게 된 순간, 주인공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한 가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갑니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망친 부사장에게 통쾌하게 복수할 방법. 그것은 바로 ‘유괴’라는 이름의 게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마침 여자 역시 하루빨리 집을 벗어나 유산을 상속받고 싶어 하던 참이었습니다.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두 사람은, 부사장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한 편의 완벽한 자작 유괴극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소설추천

책보러가기

범인은 바로 당신,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소설의 탁월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빛을 발합니다. 독자는 처음부터 이 유괴극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범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치밀한 계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하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알리바이 조작, 돈을 전달하는 방식, 목소리 변조 등, 주인공이 설계하는 범죄의 디테일은 너무나도 정교해서 감탄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독자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범죄의 공모자가 되는 듯한 짜릿한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가장 큰 미스터리를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독자를 이야기의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입니다. 우리는 이제 범인을 찾는 대신, ‘과연 이 완벽한 게임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이 게임의 끝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무엇인가?’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돈을 손에 쥐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작가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첫 번째 가면을 벗겨냅니다.

가면을 벗은 소녀, 그리고 무너지는 게임의 판

주인공과 함께 유괴극을 벌였던 여자는, 사실 부사장의 ‘첫째 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현재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모두에게 사랑받는 ‘둘째 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자신을 첫째 딸이라고 속였을까요? 진실은 끔찍했습니다. 그녀는 집을 나오기 직전,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진짜 첫째 딸과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그녀를 가위로 살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도망쳐 나오다가 우연히 주인공의 눈에 띄게 된 것이죠. 그녀는 자신의 살인죄를 덮고, 동시에 집을 벗어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모든 상황을 즉흥적으로 이용하여 주인공에게 거짓말을 하고 유괴 게임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 이야기의 장르는 순식간에 바뀝니다. 주인공이 벌인 것은 더 이상 돈을 목적으로 한 영리한 두뇌 게임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혹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숨겨주고 도피를 도와준 ‘공범’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자신이 짜놓은 완벽한 게임의 판이, 사실은 소녀가 벌인 더 끔찍한 범죄를 덮기 위한 위장막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주인공은 전율합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책추천

책보러가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남자, 부사장의 진짜 게임

주인공을 가장 큰 충격에 빠뜨린 것은, 이 모든 사실을 부사장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유괴범에게서 걸려온 첫 번째 전화, 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이미 상대가 자신의 둘째 딸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순순히 이 가짜 유괴극에 응해주었던 것일까요?

여기에 바로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부사장은 사실 골칫덩어리인 첫째 딸보다,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둘째 딸을 훨씬 더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둘째 딸이 우발적으로 첫째 딸을 죽였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절망의 순간, 주인공이 제안한 ‘유괴 게임’은 그에게 한 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이 유괴 게임을 이용하면, 첫째 딸의 실종(죽음)을 자연스럽게 위장하고, 사랑하는 둘째 딸의 죄를 완벽하게 덮어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주인공이 설계한 완벽한 게임의 희생자인 척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그 게임을 역이용하여 자신의 더 큰 목적을 달성한 진정한 ‘플레이어’였던 것입니다. 자신이 게임의 설계자라고 굳게 믿었던 주인공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사장이라는 거대한 플레이어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어릿광대에 불과했습니다.

‘청춘의 가면’과 우리들의 이야기

소설 속에는 ‘청춘의 가면’이라는 연극이 등장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이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은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라는 가면을, 둘째 딸은 ‘집안의 말썽꾸러기 첫째 딸’이라는 가면을, 부사장은 ‘딸을 잃은 비통한 아버지’라는 가면을 쓰고 서로를 속고 속입니다.

이것이 어찌 소설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겠습니까. 우리 역시 매일같이 수많은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직원의 가면을, 친구들 앞에서는 유쾌한 친구의 가면을, SNS에서는 행복한 사람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 뒤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유괴 게임을 통해,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처절한 생존 본능을 날카롭게 포착해냅니다.

책

책보러가기

위대한 이야기가 남긴 것,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결국 주인공은 부사장이 건넨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쓰러지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그가 미리 설치해 둔 안전장치, 즉 자신이 죽으면 둘째 딸의 사진이 담긴 이메일이 경찰에게 자동으로 발송되도록 설정해 둔 ‘데드맨 스위치’ 덕분이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손에 쥔 채 어느 쪽도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킬 수 없는 상태. 그들의 게임은 결국 ‘무승부’로 끝나게 됩니다.

이 완벽한 결말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작가라는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의 예상을 배신하고, 또 그 배신을 다시 배신하는 치밀한 플롯.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는 주제 의식.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힘. 이것이 바로 제가 추구하고 싶은 작가의 모습입니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저에게 단순히 재미있는 소설 한 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명의 작가 지망생에게,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 최고의 교과서였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 보러가기!<<클릭

Related Posts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