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 속 동화책, 그리고 뜻밖의 자기반성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그려보거나, B612 행성에 사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저에게도 <어린왕자>는 책장 한편에 꽂힌, 막연하고 아름다운 동화책 중 하나였습니다.
‘어릴 때 읽었으니 다 아는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정말 오랜만에 이 얇은 책을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내용은 낯설었고, 문장들은 예전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이것이 과연 내가 알던 그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책을 confronte하며 저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어린 왕자가 만났던 우스꽝스러운 어른들의 모습에서, 바로 지금의 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린왕자>가 어떻게 저의 자만과 오만을 들추어냈는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어떻게 일깨워주었는지, 조금은 부끄러운 저의 독후감을 솔직하게 고백하려 합니다.

1. 나의 행성에는 어떤 어른이 살고 있었나?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다양한 어른들을 만납니다. 어릴 때는 그저 ‘이상한 어른들’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겼던 그들이, 이제 와 보니 제 안팎에 너무도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권위만 내세우는 임금님: 다스릴 백성이 없는데도 명령하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의 모습에서, 저는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혹은 제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억지를 부리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용의 본질보다 ‘내가 맞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칭찬만 갈구하는 허영꾼: 자신을 찬미해달라고 말하는 허영꾼의 모습은 특히나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하며 SNS의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내면의 만족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더 신경 썼던 제 안의 허영심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습니다.
숫자에만 집착하는 사업가: 별을 소유했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숫자를 세는 사업가. 그는 별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은 몰랐습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행복의 가치를 돈의 액수로만 환산하려 했던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에 갇혀, 정작 지금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는 세어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행성들의 어른들은 모두 하나같이 ‘본질’을 잃어버린 채 껍데기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놀랍도록 지금의 저와 닮아있었습니다. 저는 꽤 현명한 어른이라고 스스로를 포장하며 살아왔지만, 실은 자만과 오만에 빠져 저만의 행성에 갇혀있던 것은 아닐까요?

2.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가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들추어내기만 했다면,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 책의 진정한 위대함은 자기반성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현명한 가르침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알려준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명대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어린 왕자에게 수많은 장미 중 자신의 장미가 특별했던 이유는, 그가 그 장미에게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며 ‘시간과 마음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여우와 어린 왕자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된 것 역시, 같은 시간에 만나고 서로를 기다리며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 사랑, 우정, 신뢰와 같은,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들은 결코 눈으로 볼 수 있거나 숫자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오직 시간과 마음을 들여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그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와 소유에만 집착하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제 마음의 평화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서툴렀던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았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제대로 된 ‘사과하는 법’조차 몰랐던 것은, 관계의 소중함이라는 본질을 잊고 제 자존심이라는 껍데기만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3. 다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살아가기
책을 덮으며, 저는 저만의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꾸준히 저를 돌아보고, 자만과 오만을 경계하겠습니다. 어린 왕자가 만났던 어른들의 모습을 거울 삼아, 제 안의 허영과 독선을 끊임없이 살피겠습니다. 둘째,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믿고, 모든 면에서 현명함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직업이나 배경이 아닌, 그 사람과의 관계와 진심을 보겠습니다. 행복을 찾을 때, 통장의 잔고가 아닌 제 마음의 충만함을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셋째, 더 따뜻하게 사과하고, 더 진심으로 관계 맺겠습니다.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잊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겠습니다.

당신의 책장에도 다시 꺼내 읽을 <어린왕자>가 있나요?
<어린왕자>는 한 번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라, 삶의 길목마다 다시 펼쳐 들어야 하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책입니다. 어릴 때는 순수한 동심을, 청소년기에는 쓸쓸한 감성을,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삶의 지혜와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물합니다.
혹시 당신의 책장에도 먼지 쌓인 <어린왕자>가 있다면, 오늘 저녁 다시 한번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요?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여전히 보이는지, 그리고 지금, 당신의 작은 행성에는 어떤 어른이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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