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은 끝나지 않았다: 20년 전 소설이 예언한 지옥 [방황하는 칼날] 소름 리뷰
“법은 과연 누구의 편인가?”
우리는 뉴스를 보며 매일 분노합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현실 앞에서, 피해자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당하곤 합니다.
안녕하세요, 시대를 관통하는 책을 읽어주는 독서 저널리스트입니다.
오늘 소개할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제작 **[방황하는 칼날]**은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2025년 오늘의 대한민국 뉴스를 보는 듯한 소름 돋는 기시감을 선사합니다.
내 딸이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살해당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법의 보호를 받으며 거리를 활보합니다. 당신이라면, 법을 믿고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칼을 드시겠습니까?

1. 프롤로그: 축제는 끝났고,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야기는 화려한 불꽃놀이 축제가 벌어지던 어느 저녁에서 시작됩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아버지 ‘나가미네’. 그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하나뿐인 딸 ‘에마’를 지키는 것을 유일한 삶의 낙으로 삼아왔습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도 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딸.
그녀를 짓밟은 건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죄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년’이라는 가면을 쓴 세 명의 악마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약물을 사용했고, 한 소녀의 인생을 잔인하게 끊어버렸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게 흘러가던 그때, 아버지에게 익명의 제보가 도착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메시지.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사냥용 장총을 들고 거리로 나섭니다.

2. 20년 전 소설에서 ‘N번방’의 악몽을 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소름 돋았던 지점은 이 소설이 그려낸 범죄의 양상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독자 감상) “오래된 작품인데 오늘날 현실에서의 사건과 매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지금 N번방이라는 곳에서의 범죄와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소설 속 가해 학생들은 단순히 폭력만 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피해자를 납치하고, 약물로 정신을 잃게 한 뒤 유린하고, 심지어 그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해 돌려보며 낄낄댑니다.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며 협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몇 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N번방 사건’의 악마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미 20년 전에 경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악의가 얼마나 끔찍한 지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3.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역겨운 부모들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해자의 ‘부모’들이 등장할 때입니다.
이 끔찍한 괴물들을 키워낸 건, 결국 ‘방임’과 ‘비뚤어진 사랑’이었습니다.
- 자식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전혀 관심 없는 부모.
- 심지어 아들이 부모를 폭행하자, 이를 훈육하기는커녕 귀찮다는 듯 월세방을 얻어주며 ‘괴물’을 사회로 방생해버린 부모.
(독자 감상)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을 보면 자기 자식은 무조건 착한 아이이며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정말 역겹다.”
그들은 경찰 앞에서도 뻔뻔하게 말합니다. “우리 애는 원래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는데, 가해자의 부모는 자기 자식의 형량을 줄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 역겨운 이기심 앞에서 독자는 아버지 ‘나가미네’의 복수심에 100% 이입하게 됩니다.

4. 딜레마: 피해자를 향해 총을 겨누는 경찰, 이것이 정의인가?
**[방황하는 칼날]**이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선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복수를 위해 괴물 중 하나를 이미 처단했고, 남은 주동자를 쫓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그는 이제 ‘살인자’입니다.
경찰은 그를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직업’이자 법치국가의 ‘시스템’이니까요.
하지만 경찰들조차 내적 갈등에 시달립니다. “과연 저 아버지를 체포하는 것이 ‘정의’인가?”
(독자 감상) “형사들도 이 범죄 학생에게 복수하려는 여학생의 아버지를 제지하려고 총을 쏘는데 이게 정의인지 의아해하는 걸 보면 이해가 된다.”
소설의 클라이맥스, 아버지가 마지막 복수의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경찰은 그 아버지를 향해 총을 겨눕니다.
이 잔인한 아이러니. 법을 어긴 악마는 법의 보호 뒤에 숨고, 그 악마를 단죄하려는 피해자는 공권력의 총구 앞에 서야 하는 현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서늘한 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믿는 정의는 진짜 정의입니까?”

5.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선: 모두가 ‘피해자’인 척하는 세상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입체적인 시선’입니다.
- 아버지(나가미네): 법이 외면한 정의를 직접 실현하려는 처절한 복수자.
- 경찰(오리베): 인간적인 공감과 직업적 의무 사이에서 고뇌하는 형사.
- 공범(가이지): “벗어나고 싶었다”고 변명하지만 결국 악행에 동참한 비겁한 방관자.
- 변호사: 소년범의 ‘갱생’을 외치는 이상론자.
작가는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 모든 인물의 입장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스스로 판단하게 만듭니다.
특히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소년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겁한 변명’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방관 역시 명백한 공범임을 이 책은 분명히 합니다.

6. 에필로그: 방황하는 것은 칼날인가, 우리의 법인가
[방황하는 칼날] 리뷰를 마칩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깝습니다. 살인은 분명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 ‘나가미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제목 ‘방황하는 칼날’은 복수를 위해 떠도는 아버지의 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범죄자 앞에서 무기력하게 길을 잃고 헤매는 ‘법의 칼날’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소년법 폐지 논란, N번방 사건 등 수많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 책은 끊임없이 다시 소환될 것입니다.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너무나 아프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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